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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중한 사람에게 당신의 품을 아낌없이 내어주세요…연극 ‘사랑해요 당신’
치매 찾아온 가족 얘기로 일상의 소중함 깨닫게 해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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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사랑해요 당신(연출 이재성)’ 공연장면 중 아들(문용현 분)이 작별인사를 전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지갑을 어디에 뒀었는지, 냉장고에서 뭘 꺼내려고 했던 것인지. 깜빡했던 순간이 한 번 이상 있을 것이다. 시험이나 발표를 앞둔 긴장된 순간에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빈번해지고 심해지면 우리는 ‘치매’라는 병을 의심해보는데,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치매에서 안전하지 않아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치매를 한 가족의 이야기에 녹여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일 개막한 연극 ‘사랑해요 당신(연출 이재성)’은 항상 퉁명스럽던 남편이 아내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한 가족에게 치매가 찾아온 상황을 통해 늘 곁에 있어서 잊기 쉬운 평범한 일상 속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배우 이순재, 장용이 남편 ‘한상우’, 정영숙과 오미연이 아내 ‘주윤애’ 역할에 캐스팅돼 부부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남편 ‘한상우’와 아내 ‘주윤애’는 결혼 45년 차 부부다. 상우는 무뚝뚝한 성격 탓에 아내를 비롯한 자식들에게 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살았다. 윤애는 결혼 후 호된 시집살이를 겪고 남편의 박봉 속에 아이들을 키우다 젊은 시절을 다 보냈다. 자식들이 모두 출가하고 두 부부만 남은 집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윤애는 계속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지만 상우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며 들은 척도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윤애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늘 건강한 모습일 것 같던 아내가 아이처럼 변해가는 모습이 상우게게는 큰 충격이다. 집안일에는 손도 까딱하지 않았던 상우는 윤애를 위해 부엌일을 하면서 아내를 돌본다. 약을 챙겨 먹이는데도 증상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며 아들 ‘종태’가 윤애를 요양원에 모시자고 말하자 상우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언성을 높이고, 종태 역시 쌓아온 불만을 터뜨린다.
 
▲ 연극 ‘사랑해요 당신(연출 이재성)’ 공연장면 중 주윤애(왼쪽 정영숙 분)가 한상우(이순재 분)를 위로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사실 상우에게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결벽증이 있던 둘째 딸 ‘선영’이 상우의 제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충격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것. 윤애는 이를 평생 가슴속에 응어리로 안고 있었다. 정신을 놓은 순간부터 계속 선영이를 찾는 윤애를 보면서 상우도 종태도 마음이 아프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상우’ ‘윤애’ ‘종태’는 ‘치매’가 오고서야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어서 잔잔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복잡한 스토리로 머리를 써야 한다거나 긴장하며 지켜볼 장면도 없고 반전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상우와 종태가 충돌하는 모습에서도 격한 감정보다는 먹먹함이 밀려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웠다.
 
그렇다고 웃음기가 전혀 없는 극은 아니다. 상우와 윤애의 알콩달콩한 데이트 장면이나 멀티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활약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상우와 윤애의 일상 연기가 큰 호응을 얻었는데, “한 끼 굶는다고 안 죽는다”고 말했던 상우의 대사를 고스란히 그에게 돌려주는 윤애의 복수 장면에서는 무릎을 치며 통쾌함을 감추지 못한 관객도 있었다.
 
“나 네 엄마 없으면 못 산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자는 아들의 말에 남편은 울먹이며 답한다. ‘건강’ ‘가족’ ‘사랑’.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있을 때 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끊임없이 그 가치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머뭇거리는 이 순간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내달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사랑해요 당신’
연출: 이재성
공연기간: 2017년 4월 4일 ~ 5월 28일
공연장소: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출연진: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문용현, 김동규, 서상원, 오승준, 김민채, 문고운
관람료: 전석 6만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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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4/18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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